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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동갑내기 농부 6,000㎡(1,800평) 양파 밭 그리 오랜 사이는 아니지만 아주 오래 만나온 친구 같은 동갑내기 농부가 있다. 처음부터 농부는 아니었다. 젊은 날 직장생활을 하다가 많은 사람 반대를 뿌리치고 연천에 들어와 돼지를 키웠다. 돼지 생태를 연구하면서 정성을 다해 키웠다고 한다. 그런데 1995년부터 키운 돼지를 2011년에 끝을 보고 말았다. 2011년에 구제역이 온 나라를 휩쓸었다. 살아있는 소 돼지를 땅에 파묻는 방송이 이어졌다. 커다랗게 파놓은 구덩이로 소 돼지가 곤두박질치듯 굴러 떨어졌다. 지금도 소름끼친다. 오죽하면 동물보호단체에서 일어났을까. 하지만 소용없었다. 구제역에 걸리지 않아도 근처에서 걸렸으면 모두 산채로 묻었다. 2010년 말에서 2011년 3월초까지 피해액이 3조원에 달했고 346만.. 더보기
가시 위를 걷는 청개구리 어쩌다 빗소리 그치고 하늘이 밝다. 지난 가을 떨어지다 울타리에 걸친 밤송이 위를 청개구리가 걷는다. 금방이라도 가시에 찔려 살갗이 터질 것 같은데 어기적어기적 잘도 걸어간다. 거미줄엔 빗방울 열리고 빗방울 기운 맞고 바위취 피고, 비비추 피어난다. 훌쩍 큰 꺽다리 참나리는 잎겨드랑이에 구슬 같은 씨앗을 가득 안고 있다. 더보기
부둥켜안고 사는 참나무와 소나무 뒤꼍과 맞닿은 동산에 참나무와 소나무가 부둥켜안고 산다. 그리 뒤틀리지도 않고 서로 해를 끼치지도 않고. 소나무가 참나무가 되지 않고 참나무가 소나무가 되지도 않고.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참나무는 참나무대로 산다. 더보기
아직 떠나지 않은 쇠기러기 봄이 오는지 다시 가는지? 밤에는 영하 3~4도를 오르내리고 진눈개비가 날렸다. 뒷동산에서 거친 파도소리가 난다. 거센 바람에 큰 나무가 휘청거리고 날아가는 까치가 바람에 밀린다. 아직 떠나지 않은 쇠기러기는 하늘을 날다가 논에 내려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쇠기러기도 무심해진 걸까? 여기저기 파헤치는 것을 많이 보아서 일까! 좌우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공사를 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쉬었다 간다. 더보기
모내기 일주일 전, 앞 논에 나이 지긋한 농부가 탈탈거리는 기계로 모내기를 했다. 분홍빛 복숭아꽃도 붉은빛 명자나무 꽃도 봄비에, 봄바람에 흩날리며 지고 말았다. 일주일 사이 낮은 초여름 날씨가 되었다. 마당 한 귀퉁이에 금낭화가 활짝 피고 삼년 전에 심은 사과나무 묘목이 처음 꽃을 피웠다. 농부 아내가 모를 허리에 둘러매고 논을 다시 찾았다. 모를 한 줌 쥐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굽혔다 폈다 기계가 남기고 간 빈자리에 모를 꾹꾹 심는다. 더보기
〔백창우·이태수의 조금 별난 전시〕 어렵사리 열다 두 달 남짓 준비한 전시회가 많은 사람 도움을 받아 10월 22일 열렸다. 그림을 걸고, 준비한 전시물을 설치하고 나니 내내 모자람이 많아 아쉽다. 전시하는 여섯 달 동안 짬짬이 전시물을 바꾸고, 보충하기로 했다. ◎전시장이 어두워 사진이 좋지 않습니다. 그림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벽에 걸고 천장에 수평, 수직으로 걸고 밑그림, 잡동사니도 늘어놓고 아이 방에 띠벽지를 붙이고 준비한 생활소품을 늘어놓고 전시장 왼쪽, 오른쪽 악보, 음반, 공연 포스터, 노래편지를 걸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악기도 늘어놓고 사람이 모이고 ‘궁렁쇠아이들’ 깜짝 공연도 하고 많은 도움을 준 경민대학교 학생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사람들 아무 대가없이 일한 많은 분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더보기
전시 준비 백창우·이태수가 함께 전시를 합니다. 백창우가 띄우는 초대장 이태수가 띄우는 초대장 ‘조금 별난 전시’로 이름을 붙였다. 어차피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은 복제로 산다. 그림을 복제해서 아이들과 나누어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여 년 전부터 생각해 오던 복제를 하기로 했다. 지금껏 그린 그림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건다. 그리고 그림을 크게 인쇄해서 천장과 벽에 걸고 일상생활에 쓰이는 소품에 그림을 넣는다. 손으로 거친 생활소품 견본을 만들어서 아이 방을 만든다. 자연 그림이 책뿐 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준비하고 있는 전시물들 백창우는 지금까지 만든 음반이나 악보, 활동한 사진을 건다. 그리고 소장하고 있는 악기와 소품을 모아서 아이가 행복해지는 음악 방을 만든다. 더보기
서울 나들이 일을 보러 나간 서울 딸아이 똑딱이를 빌려서 시내 한복판에 섰다. 먹구름이 끼었다가 내리쬐는 땡볕.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밀려나온 사람, 사람. 앞 다투어 크고 높게 세워지는 빌딩. 낯설다, 숨 막힌다. 그래도 낯설지 않은 옛 궁전이 숨을 쉬게 한다. 참매미 날개돋이가 한창이다. 나무마다 서너 네댓 마리씩 붙어서 운다. 개발, 개발 또 개발. 맞서 버티는 오래된 집은 응달 속으로 묻힌다. 번뜩이는 불빛, 어지러운 간판. 사람을 짓누르는 이 도시는 어디까지 가려나. 더보기
무더운 날씨 낮에 무더운 날씨가 일하기 힘들게 한다. 덥기만 해도 좋으련만 끈적끈적 하기까지 하다. 종이가 눅눅해서 연필이 미끌미끌 미끄러진다. 굳어있던 수채물감이 물기를 먹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손과 팔뚝이 종이에 쩍쩍 붙는다. 그래서 해 떨어지고 시원해지는 밤만 기다린다. 밤이면 크고 작은 나방이 방으로 날아들고 뒤곁에서는 털개머루가 열매를 맺는다. 문 앞에 고양이는 어제도 오늘도 턱 괴고 앉았다. 더보기
순천평화학교  언제부턴가 마음에 담긴 사람이 있다. 술을 좋아하고, 남이 피는 담배 빼앗아 피고 못난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 환경을 생각하고 스님, 신부님과 어울려 우리 국토를 걷는 목사다. 이 목사가 순천평화학교 교장으로 있다. “한 번 놀러 와.” 이 말에 노래 만드는 백창우 선생님과 길을 나섰다. 아이들과 자연 그림을 그리고 백창우 선생님과 함께 노래 부르는 마당을 마련했다. 전교생이 60명도 채 안되지만 한꺼번에 모일 곳이 없어 커다란 비닐하우스에 모였다. 물감 묻을까, 어디 망가질까 아무런 걱정 없는 편안한 자리다. 지지고 볶고 한바탕 놀고, 짬을 내 ‘순천만'으로 갔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보고, 논둑길을 걸었다. 비가 오고 땀이 흐르지만 오랜만에 맞는 평화다. 저녁으로 막걸리와 서대회무침. 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