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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머리만 숨기는 꿩 꿩 꿩 꿩 꿩 꿩 앞산에서 꿩이 자주 운다. 어릴 적 한때, 늦은 봄이면 동네 형 따라서 꿩 알을 줍는다고 산기슭을 헤맸다. 어쩌다가 꺼병이(새끼 꿩)라도 만나면 쫒아 다녀봤지만 잡은 적은 없다. 병아리만 한 녀석이 어찌나 날렵하고 빠르게 뛰는지 조금 쫒다 보면 어디로 갔는지 놓쳐 버리곤 했다. 덩치가 닭만 한 어미 꿩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풀숲이나 작은 나무 사이로 한참을 뛰어서 도망친 뒤, 멀리에서 날아오른다. 그러면 ‘꿩 쫒던 아이’가 되어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소리는 나지 않아도 장끼(수꿩), 까투리(암꿩)를 만나는 곳이 있다. 민통선 검문소를 지나 oo전망대를 가다 보면 찻길을 걷는 꿩을 자주 본다. 꿩은 날기보다는 걷는 새다. 위험이 닥치면 한참을 뛰어서 도망치다가 날아오른다. 다급하게 날더.. 더보기
겨울눈 쪼아 먹는 오목눈이 찌리 찌리 찌르르 찌리 찌리 찌리 찌리 앙증맞은 오목눈이가 개복숭아 나무를 찾았다. 열두서너 마리, 아마도 한 가족인 듯싶다. 어찌나 빠른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바로 앉았다가 거꾸로 매달린다. 나무 타는 솜씨가 나무타기 선수 동고비 못지않다. 재빠르게 개복숭아 겨울눈을 쪼아 먹고 휘릭 가버린다. 마당에 절로 나서 자란 개복숭아 나무, 봄이면 여린 분홍, 짙은 분홍 꽃이 섞여 핀다. 호랑나비라도 찾아들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봄을 바라는 개복숭아 나무에 오목눈이 꽃이 피었다. 더보기
태풍 사이사이 거센 비바람을 몰고 태풍 바비가 왔다. 논에 벼가 쓰러질듯 휘청이고, 대추나무가 부러지고,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가 후드득 떨어졌다. 큰 것이 꺾이고 흔들려도, 작은 달개비 꽃이 피었다. 비바람 속에서 부추 꽃도 피어 있다. 잠깐 비가 멎은 사이 네발나비가 날아든다. 꿀벌, 알통다리꽃등에, 집파리, 눈루리꽃등에가 붕붕 덩치 큰 순둥이 호박벌이 부추 꽃 꿀을 빤다. 바비가 오기 전 날 심은 배추 모종이 버티고 있다. 뿌린 무씨가 곧게 싹이 트고 둥근 떡잎을 냈다. 철망 울타리에 집을 지은 쌍살벌 왕바다리는 북적이고 어린 참개구리가 마당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태풍 마이삭이 비를 뿌린다. 깃동잠자리 대여섯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비를 맞는다. 몸과 날개에 젖어들지 않고 동글동글 물방울이 맺는다. 가끔 제자리에.. 더보기
비 그친 사이 가뭄 끝에 비가 온다. 장맛비가 온다. 잠시 그친 사이에 환한 참나리가 빗속에서 피었다. 도라지도 능소화도 밝게 피었다. 갓 깨어난 어린 개구리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뛴다. 빗방울이 옥수수수염에 매달리고 거미줄에 달렸다. 빛을 머금은 물방울은 맑다. 뒤뜰에 꽃이 층층 피는 층층이꽃이 피고 꽃이 아주 작은 파리풀 꽃이 피었다. 파리보다 작은 호리꽃등에가 비 그친 사이에 파리풀 꿀을 먹는다. 더보기
집 앞 논에서 매년 그렇듯 집 앞 논을 갈고, 물을 대고, 써레질을 했다. 무논에 왜가리가 오고 중대백로가 오고 깃털을 다듬고, 장식깃을 뽐낸다. 까치가 논둑에서 야단법석 무슨 일일까? 중대백로가 흘낏거리고 뒤에 살피니, 귀하디귀한 황구렁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여릿여릿 파릇파릇 모가 자라고 중백로 날랜 부리질에 참개구리 잡혔다. 삼키려 해도 되나오고, 되나오고. 조금만 작았어도……, 사냥도 힘들지만 삼키기도 힘들다. 몇 번을 거듭하고서야 힘겹게 삼킨다. 중대백로, 올챙이를 후룩후룩 물마시듯 넘기고, 넘기고, 미꾸라지를 넘기고, 넘기고 먹고사는 것은 중백로나 중대백로나, 쉽지 않다. 논둑에 훤칠한 고라니가, 멋진 고라니가 왔다. 뒷다리가 불편한 고라니 불편한대로 잘 살면 좋겠다. 더보기
새벽안개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 끼고 콧날을 애는 새벽바람이 분다. 마른 풀 잎 떨군 겨울 나뭇가지에 뽀얗게 안개가 얼어붙었다. 겨울 나뭇가지에 뽀얗게 안개가 얼어붙었다. 더보기
안개, 물안개 단풍 쓸쓸한 날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가뭄 한때 바닥 절반을 드러냈던 저수지에 물이 그득 차고 이른 아침을 맞아 아물아물 물안개 핀다. 안개 속으로 오리 떼가 빠르게 난다. 물안개 피는 저수지로 흰뺨검둥오리 한 쌍이 날아든다. 어울려 가다가도 등 돌리고, 또 헤어질듯 등 돌리지만 금방 만나 몸단장 하고, 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일교차 큰 쌀쌀한 가을날 안개가 밀려든다. 바로 앞에 있는 나무 뒤가 뿌옇고, 뿌연 나무 뒤는 무엇인지 모른다. 앞뒤를 잴 수 없는, 안개 뭉실 대는 날이 좋다. 안개가 언제까지 좋을까? 자연스럽게 생긴 안개일까, 미세먼지 때문일까? 습기와 기온 차이로 생긴 안개일까, 스모그일까? 이걸까 저걸까 묻지 말고, 안개가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더보기
덜 개인 동해 표정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고 파도가 몰아치고 바다 표정이 우울하다. 더보기
봄님이 빠르다 4·27 DMZ 평화인간띠잇기를 준비하는 이들과 임진강가에 공연할 자리를 둘러보고 살폈다. 날은 맑아도 미세먼지로 눈이 뿌옇고 언제 추웠나 싶게 땀이 난다. 4월 들어서도 한동안 새벽 기온이 영하였다. 4월 중순 들어 민들레보다 먼저 서양민들레 꽃이 피었다. 꽃다지 꽃이 피고, 냉이 꽃이 피고, 개나리 제비꽃 꽃마리, 진달래가 피고 4월 16일, 마당에 환한 민들레가 피었다. 메마른 듯 보이던 살구나무에서 하얀 꽃이 피었다. 지난 4월 2일에 집 앞 논을 갈았다. 시끄럽긴 했지만 개구리 울음소리 생각에 흐뭇하다. 16일부터 서서히 논에 물이 들더니 19일, 임진강가에서 보던 백로가 앞 논에 왔다. 이젠 꽃 세상이다. 개나리, 살구꽃, 진달래, 매화, 자두나무, 벚꽃, 목련이 한창 피고 진다. 명자나무 꽃.. 더보기
동해안 나들이 아는 이가 무작정 속초를 가잔다.동해 쪽으로 가 본 지가 십삼사 년은 되었다.어찌된 일인지 서해나 남쪽 바다로 가는 일만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동해안 나들이를 나섰다.속초를 지나 동명항을 둘러보고 낙산에서 머물렀다.다음날 서두르지 않고 고성쪽으로 올라갔다.말만 속초일 뿐, 툭 트인 동해를 보고 싶었던 걸게다. 아는 이는 돌을 보면 세운다. 바닷가를 따라 갔다. 아야진항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다.볕은 눈부시고, 검푸른 바닷물은 속이 비친다. 백도 죽도 하얀 섬 백도에서 죽도에 이르기까지 더없이 좋다.흐름새 타고 밀려오는 파도와 모래사장이 따사롭다.추운 겨울 마다하지 않고 파도타기를 하는 이가 많다. 재갈매기도 파도타기를 한다.파도가 밀려오기를 기다린다.파도가 다가오면 부리나케 부리질을 하다 날아오른다.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