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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

겨울눈 쪼아 먹는 오목눈이 찌리 찌리 찌르르 찌리 찌리 찌리 찌리 앙증맞은 오목눈이가 개복숭아 나무를 찾았다. 열두서너 마리, 아마도 한 가족인 듯싶다. 어찌나 빠른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바로 앉았다가 거꾸로 매달린다. 나무 타는 솜씨가 나무타기 선수 동고비 못지않다. 재빠르게 개복숭아 겨울눈을 쪼아 먹고 휘릭 가버린다. 마당에 절로 나서 자란 개복숭아 나무, 봄이면 여린 분홍, 짙은 분홍 꽃이 섞여 핀다. 호랑나비라도 찾아들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봄을 바라는 개복숭아 나무에 오목눈이 꽃이 피었다. 더보기
솔이끼 홀씨주머니 뒤꼍에 높이가 2미터 가까운 시멘트 옹벽이 있다. 옹벽은 볕이 드는 시간이 짧고 축축해서 늘 이끼가 낀다. 옹벽 옆에는 서너 명이 앉을만한 평상이 있었다. 어머니는 2년하고도 넉 달 전에 96년 삶을 마쳤다. 한쪽 팔다리가 불편했던 어머니는 잘 걷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뒤꼍에 있는 평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면 지팡이로 옹벽에 낀 이끼를 긁어냈다. 어머니는 이끼 낀 것이 보기 싫었을까? 보기 싫은 시멘트를 덮어주는 이끼가 고마웠지만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언제부터 일까? 이끼가 옹벽을 뒤덮었다. 겨울인데도 푸릇푸릇하고 불그레한 홀씨주머니가 돋았다. 작디작은 이끼라기보다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다. 얼어붙은 눈을 녹였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 육상 식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