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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

얼음에 매달린 가을 자락 11월 들어서면서 거의 매일 서리가 내린다. 새벽이면 한겨울 날씨인 냥 영하를 오르내렸다.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우수수 떨어진다. 13일, 여름 소낙비 같이 퍼붓더니 논에 빗물이 고였다. 14일 새벽, 영하 9도 땅속에 얼음이 박히고, 고인 빗물이 얼어붙었다. 코가 시리고 손이 뻣뻣이 굳어도 논바닥 얼음은 문살에 창호지처럼 맑고 뽀얗다. 가지에는 아직 농익은 가을 빛깔이 달려 있다. 노박덩굴 열매가 귤빛 껍데기를 벗고 붉은 속이 빛나고 검붉은 대추알이 마른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붉은 꽈리가 물기 가득하고 갯버들 이파리는 아직도 푸르다. 환삼덩굴을 타고 오르던 뱀은 새에게 당했는지 말라비틀어지고 참새 박새 직박구리가 먹다 남은 아그배나무 열매가 말라간다. 단풍 든 이파리는 떨어질 날 기다리고 마른 .. 더보기
안개, 물안개 단풍 쓸쓸한 날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가뭄 한때 바닥 절반을 드러냈던 저수지에 물이 그득 차고 이른 아침을 맞아 아물아물 물안개 핀다. 안개 속으로 오리 떼가 빠르게 난다. 물안개 피는 저수지로 흰뺨검둥오리 한 쌍이 날아든다. 어울려 가다가도 등 돌리고, 또 헤어질듯 등 돌리지만 금방 만나 몸단장 하고, 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일교차 큰 쌀쌀한 가을날 안개가 밀려든다. 바로 앞에 있는 나무 뒤가 뿌옇고, 뿌연 나무 뒤는 무엇인지 모른다. 앞뒤를 잴 수 없는, 안개 뭉실 대는 날이 좋다. 안개가 언제까지 좋을까? 자연스럽게 생긴 안개일까, 미세먼지 때문일까? 습기와 기온 차이로 생긴 안개일까, 스모그일까? 이걸까 저걸까 묻지 말고, 안개가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