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솔이끼 홀씨주머니 뒤꼍에 높이가 2미터 가까운 시멘트 옹벽이 있다. 옹벽은 볕이 드는 시간이 짧고 축축해서 늘 이끼가 낀다. 옹벽 옆에는 서너 명이 앉을만한 평상이 있었다. 어머니는 2년하고도 넉 달 전에 96년 삶을 마쳤다. 한쪽 팔다리가 불편했던 어머니는 잘 걷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뒤꼍에 있는 평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면 지팡이로 옹벽에 낀 이끼를 긁어냈다. 어머니는 이끼 낀 것이 보기 싫었을까? 보기 싫은 시멘트를 덮어주는 이끼가 고마웠지만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언제부터 일까? 이끼가 옹벽을 뒤덮었다. 겨울인데도 푸릇푸릇하고 불그레한 홀씨주머니가 돋았다. 작디작은 이끼라기보다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다. 얼어붙은 눈을 녹였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 육상 식물.. 더보기
겨울 오다 아침에 잠깐 눈이 펄펄 내렸다. 쇠별꽃 꽃봉오리, 옥향, 쥐똥나무에도 내렸다. 지난 주말에 영하 13도까지 내려가 춥더니 살고 있는 마을은 지금껏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린다. 2017년 10월 28일 한강하구 날씨만 겨울이 아니다. 겨울손님도 다 온 듯하다. 10월 초부터 기러기 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보였다. 요즘은 한강 하구 갯벌을 까맣게 뒤덮고 있는 기러기 떼를 쉽게 본다. 보름 전까지도 떠날 채비를 하는 백로 무리를 임진강에서 보았다. 남쪽으로 떠났을까?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빈자리를 채우듯 겨울손님 대백로가 왔다. 며칠 전부터 집 앞 논에서 깃털을 다듬고 간다. 순천만 갈대밭이 누렇게 바뀌었다. 갈대밭 사이사이,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쉬는 겨울손님이 가득하다. 바닷물에서 먹이를 잡는 겨울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