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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세밀화를 그리면서

앞마당 쑥새 작업실 마당에 철따라 많은 새가 드나든다. 방울새, 때까지, 박새, 딱새, 노랑지빠귀, 호반새, 노랑턱멧새…… 언젠가는 참새를 잡으려고 참매가 날아든 적도 있다. 추운 겨울에 새들은 무리지어 날아들 때가 많다. 그 가운데 머리깃을 자주 세우는 쑥새가 있다. 쑥새는 가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봄에 떠나는 흔한 겨울철새다. 풀씨나 열매를 즐겨 먹는다. 게으른 집주인이 겨울을 나는 새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마당에 풀을 제대로 뽑지 않아 덮인 눈 사이로 풀씨가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두껍게 얼어붙은 눈밭을 두리번두리번, 잰 걸음으로 풀씨를 찾아 헤매는 쑥새가 겨울철 굶주리는 야생동물을 떠올리게 한다. 더보기
설악산 물두꺼비 수컷이 암컷을 부둥켜안고 겨울잠을 자는 물두꺼비 설악산 가는골에 갔다가 물두꺼비를 만났다. 우리나라 특산종인 물두꺼비는 높고 깊은 산골짜기를 타고 맑은 물에서만 산다. 물두꺼비는 두꺼비보다 몸집이 작고 두꺼비와 달리 눈 뒤에 고막이 드러나지 않는다. 봄에 짝짓기를 하는 두꺼비나 다른 개구리와는 다르게 물두꺼비는 가을부터 알을 낳는 봄까지 짝짓기를 한 채 물속에서 겨울잠을 잔다. 행여 떨어져 헤어질세라 작은 수컷이 덩치 큰 암컷을 꼭 부둥켜안고 기나긴 사랑을 나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양서류가 사라지고 있다. 물두꺼비도 점점 사라진다. 더보기
물닭 - 백학저수지 백학저수지에 날아든 물닭 날씨가 쌀쌀해지면 백학저수지에 물닭이 날아든다. 검은 몸 빛깔에 흰 부리와 흰 이마가 뚜렷한 물닭은 물 위를 오갈 때면 마치 검은 옷에 흰 셔츠를 입은 멋쟁이 같다. 노 같은 발가락을 가지고 있는 물닭은 잠수를 잘하고 헤엄도 잘 친다. 위험이 닥치면 물위를 박차고 뛰어 도망가기도 잘한다. 안개 낀 백학저수지 물닭이 노니는 백학저수지는 어릴 적 썰매 타는 곳이었다. 집 앞 논에서 썰매를 타다가 조금 답답하다 싶으면 몇몇이 모여 썰매를 둘러메고 백학저수지로 걸어갔다. 두껍게 언 널따란 저수지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썰매를 타고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었다. 찬바람 맞은 볼은 벌겋게 얼어도 속은 훈훈히 달아올랐다. 비룡대교 밑 안개 낀 임진강 그 때만해도 적성면에서 백학면으로 넘어.. 더보기
큰기러기 큰기러기 살갗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휭휭 분다. 창문 틈으로 새들어오는 바람에 발이 시리고 어깨가 오싹거린다. 마당에 산수유가 잎 지고 덩그러니 남아있을 때면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구에서 줄지어 나는 쇠기러기 떼를 흔히 본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시월부터 날아들어 봄까지 메운다. 좀 눈여겨 볼 것은 고양, 파주, 연천, 철원 같은 곳에서는 큰기러기를 보기 힘들다. 어쩌다 쇠기러기 무리에 한두 마리 섞여 있을 뿐이다. 큰기러기는 쇠기러기보다 몸집도 크지만 부리가 검고 끝 쪽에 노란 띠가 있다. 쇠기러기는 부리가 분홍빛이고 이마가 하얗다. 하늘을 날 때는 쇠기러기 배는 얼룩 무늬가 있고, 큰기러기 배는 하얗다. 큰기러기는 주남저수지나 우포늪 같은 남쪽으로 날아든다. 어느 전문가 말에 따르면 큰기러기는 남쪽.. 더보기
동강 비오리 강원도에 가면 석회암 절벽인 뼝대를 굽이치며 흐리는 물줄기가 있다. 동강이다. 동강은 물이 맑고, 물 흐름이 빨라서 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날렵한 부리를 가진 비오리가 사시사철 물살을 가르며 산다. 이리저리 맴돌다가 물속으로 곤두박질쳐 물고기를 잡아먹는 논병아리도 있다. 수달이며, 산란 탑을 쌓는 어름치 같은 수많은 소중한 생명이 깃들어 산다. 봄이면 석회암 바위틈에,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동강할미꽃이 핀다. 몇 년 전, 동강을 막아 댐을 만드느니 마느니 긴 싸움을 했다. 지금은 자연 그대로를 아끼는 이들 마음을 모아 생태계보존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긴 세월이 만든 아기자기한 강가를 시멘트 축대를 쌓고 찻길을 넓혔다. 예전에 있던 낮은 흙집은 헐리고 큼직큼직한 양옥들이 들어섰다... 더보기
생태세밀화? 가운데 자연을 자세하게 묘사한 그림을 ‘생태세밀화’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똑같이 그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 ‘생태세밀화’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사진 같은 그림’, ‘사진보다 더 정확한 그림’ 따위로 사진과 견주어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 속에는 그림을 그리는 기법만 있고, 그림 그리는 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은 빠져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세하게 그리거나 똑같이 그리는 것만이 생태세밀화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똑같이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에 솜나물에 솜털이 천 가닥 나 있다면 천 가닥을 세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는 이가 자연물을 본 느낌을 정확하게 정리해서 그 느낌을 그리는 것입니다. 실제 솜나물에 솜털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