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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세밀화를 그리면서

겨울나기 겨울잠을 자는 참지렁이, 꽃뱀, 다람쥐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오래전부터 삼한사온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느닷없이 봄 날씨 같다가도 갑자기 추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때는 겨울에 계절을 잃은 봄꽃이 피기도 하고, 지난해는 내가 있는 작업실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씨가 한 달이 넘게 이어져 뒤뜰에 있는 무궁화나무가 얼어 죽었다. 아무리 겨울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이 오면 길러서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에 들어갔는지가 방송을 타고 흘러나온다. 겨울잠하면 젖먹이동물이나 개구리를 떠올리지만, 춥고 살기 힘든 겨울을 나려고 저마다 지혜를 짜내는 것은 곤충이나 식물도 마찬가지다. 겨울잠을 자는 참개구리 자연에서 동물은 추위와 겨우내 모자라는 먹이를 견뎌내야 한다... 더보기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열매 짝을 만난 귀뚜라미. 꽁무니에 산란관이 있는 오른쪽이 암컷 살면서 자연이 바뀌어가는 걸 보면 가끔 절기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 문턱을 알리는 절기다. 올해 8월 8일이 입추였는데, 입추를 바로 지난 8월 10일에 처음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었다. 가을밤 맑게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는 짝짓기 할 암컷을 부르는 수컷 귀뚜라미 울음소리다. 죽음을 앞둔 수컷 귀뚜라미가 암컷을 애타게 부르는 울음소리다.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면 곧 죽고 말기 때문이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이고, 산과 들에서도 갖가지 열매가 자라고 익어간다. 입동을 한 달쯤 앞둔 10월에 접어들면 갖가지 모양과 빛깔을 띤 열매가 눈에 보인다. 우리 둘레에서 가장 .. 더보기
산양 흔적을 찾아 설악산 가는골을 가다  설악산에서 산양 지킴이를 하는 박그림 선생과 산양 흔적을 찾아 몇 차례 설악산에 들었다. 설악산 가는골을 가려고 백담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산골은 자연 시간대로 흘렀다. 해가 지면 어두워지고, 어두우면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오랜만에 아주 이른 저녁 일곱 시 반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뒤척이다 가물가물 잠이 들 때쯤 솨아~ 소리가 들렸다. 앞마루로 나와 빗소리 들으며 내일을 걱정하고 있는데 희미한 불빛에 대웅전 단청이 보였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단청이 하늘에 떠 있다. 밤 열 한 시나 되었을까,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날은 개어 있었다. 새벽 공기는 싸늘하고 씻고 난 뒤 물기 마르지 않은 얼굴이 시리다. 아침공양을 하고, 지난밤 내린 비가 마르기를 기다렸다. 아침 일.. 더보기
호랑나비와 호랑나비 친구들 비비추 꿀을 빨아먹는 산제비나비 요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비를 퍼붓는다. 비가 오지 않으면 습기 머금은 더위가 밀려온다. 무더위와 함께 마당에는 참나리와 무궁화나무, 비비추 꽃이 핀다. 이때쯤이면 커다랗고 화려한 나비가 빠르게 날아다닌다. 호랑나비와 호랑나비 친구인 제비나비, 산제비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사향제비나비, 산호랑나비다. 백일홍과 호랑나비 호랑나비 친구들은 산골짜기에서 산등성이로 들판을 가로지르며 아주 빠르고 힘차게 움직인다. 방금 여기 있었나 싶은데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꽃에 앉아 꿀을 빨 때도 날개를 쉬지 않고 움직인다. 갖가지 색을 띤 비늘 조각이 있는 제비나비 날개 호랑나비와 친구 나비들은 날개가 크고 화려하다. 호랑나비는 노란빛에 검정 줄무늬, 파란빛과 빨강 점무늬가 .. 더보기
서해 바닷가 갯벌 바위에 붙어 사는 담황줄말미잘 올해는 6월부터 한여름처럼 몹시 덥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산을 따라 흐르는 시원한 계곡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바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바다 가운데에서도 서해는 갯벌이 넓게 펼쳐진 곳이 많다.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느라고 많은 갯벌이 없어졌지만……. ‘갯벌’하면 거무스름한 진흙을 생각하지만 바닷가 바위나 모래밭도 갯벌이다. 바위갯벌에는 굴이나 따개비가 붙어살고, 모래갯벌이나 진흙갯벌에서는 게나 고둥, 조개 따위가 어울려 산다. 여름 바닷가에서 놀다보면 모래밭에 동글동글한 모래덩어리를 흔히 본다. 콩알만 하기도 하고 팥알만 하기도 한 모래덩어리는 바로 달랑게 엽낭게가 모래를 주워 먹고 동글동글 내뱉은 모래덩어리다. 너른 모래밭을 뒤덮기도 하고 작은 구멍을 .. 더보기
논을 찾는 백로 무리 갓 모내기를 한 논을 찾은 황로 우리나라 사람은 밥을 먹고 산다. ‘밥’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하얀 쌀을 떠올린다. ‘쌀’하면 논이 떠오르고, 논에는 벼와 함께 개구리, 미꾸라지, 붕어, 송사리, 논우렁이, 물방개 같은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면서 서로 먹고 먹힌다. 그래서 물고기나 개구리 따위를 먹는 백로 무리가 논으로 온다. 시골 들판에 꽃다지, 냉이 꽃이 피어오르면 농부는 바빠진다. 3월 말쯤 논을 갈고 마른 논에 물을 대면 생명이 꿈틀댄다. 솟쩍 솟쩍 솟쩍다 소쩍새가 울고, 개구리 몇 마리가 울기 시작한다. 4월 말쯤 써레질을 하고 나면 꽉꽉 개골개골 개골개골 꽉꽉 개구리가 논에 모여 짝짓기 하고 알을 낳느라고 온 동네가 떠나갈듯 울어댄다. 이쯤 되면 황로, 백로가 논으로 날아든다. 5월 중순쯤 모.. 더보기
점봉산 얼레지 2002년 5월 중순에 점봉산에 든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강원도 인제군 진동계곡으로 갔다. 이곳은 1998년 2월 초에 다녀간 적이 있었다. 겨울에 야생동물 흔적을 쫒아서 진동계곡에서 곰배령을 지나 단목령을 넘어 미천골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같이 간 사람들과 하룻밤 민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 6시에 산에 들면서 맨밥과 된장 한 숟가락씩 담긴 도시락을 하나씩 챙겼다. 산에 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동의나물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조금 더 올라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 참나물과 곰취를 뜯었다. 그러고는 계곡물에 훌훌 씻어 배낭에 넣었다. 조금씩 오를수록 뿌리에서 오줌 지린내가 난다는 쥐오줌풀도 있고, 1미터나 되어 보이는 이파리로 커다란 왕관 모양을 한 관중도 있었다. 벌깨덩굴, 피나물도 꽃이 피어.. 더보기
제비꽃 돋아나는 이파리가 고깔을 닮은 고깔제비꽃 방안에 앉아 마당을 내려다보니 작은 보랏빛 망울들이 마른풀 사이로 비친다. 마른풀을 걷어 내자 작은 제비꽃이 수북수북 피어 있다. 제비꽃은 사오월이면 냉이 꽃다지와 함께 어디서든 흔히 피는 꽃이다. 어릴 때는 제비꽃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동네 어른들은 오랑캐꽃이라고 불렀다. 사오월에 먹을거리가 바닥 난 오랑캐가 쳐내려올 때 꽃이 핀다고 해서 붙였다고 한다. 동네 아이들은 토끼풀 꽃이나 제비꽃을 꽃줄기 채 꺾어 반지를 만들어 끼고 놀았다. 제비꽃을 서로 걸고 잡아당기며 꽃싸움도 했다. 그래서 오랑캐꽃 반지꽃 씨름꽃이라 불렀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이름은 많았지만 다른 제비꽃이 수없이 많다는 것은 자연 그림을 그리면서 알았다. 조금씩 다른 갖가지 제비꽃 낮은 산.. 더보기
지렁이 똥 책 《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 가운데 다섯 해 전 봄에 작업실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겼다. 마당에 조그만 텃밭이 있는 시골집이다. 봄이니 곧바로 먹을 채소를 심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텃밭에 쪼그려 앉아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은 까맣게 잊은 채로. 텃밭에 채소를 심으려고 흙을 뒤집어도 지렁이가 꿈틀, 김을 매면서 호미질을 해도 지렁이가 꿈틀. 뒷마당 밤나무 밑에 쌓인 가랑잎을 뒤지면 지렁이 서너 마리가 꿈틀꿈틀, 마당 여기저기에 지렁이가 살았다. 동물은 먹은 대로 똥을 눈다. 지렁이는 흙을 먹고 흙 똥을 눈다. 흙 똥이 탑 같이 높게 쌓이기도 하고 성처럼 길게 이어져 쌓이기도 했다. 메마른 듯 동글동글 쌓인 똥, 부드럽게 몽글몽글 쌓인 똥, 푹푹 납작하게 퍼진 똥, 조금 .. 더보기
꽃다지 봄이면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꽃다지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다 젊은 엄마나 아이들과 만나 꽃다지를 물어보면 많은 사람 가운데 고작 한두 사람이 알거나 아무도 모를 때가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흔하디흔한 꽃다지를 잘 모른다. 봄이 오면 들로 산으로 나물 캐러 많이들 간다. 들에서 나는 봄나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달래, 냉이, 쑥이 으뜸이겠지만, 꽃다지도 달래 냉이에 버금가는 봄나물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은 냉이만큼 즐겨 먹지 않지만 냉이처럼 슬쩍 데쳐서 묻혀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알고 보면 냉이와 꽃다지는 친구 사이다. 꽃이 피는 시기나 꽃 모양을 보면 아주 비슷하다. 그리고 사는 곳도 같다. 이른 봄부터 늦은 봄까지 볕이 잘 드는 들에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냉이와 꽃다지는 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