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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가을 끝자락을 잡은 초겨울 선암사 감나무 선암사 남천 경기 북부 연천은 영하 십 도 밑이 코앞에 있다.며칠 전 다녀온 남쪽은 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다.새벽녘 바닷가를 걸어도 쌀쌀할 뿐 겨울 추위는 아니다. 가을부터 온 겨울손님이 곳곳에 그득하다.청둥오리, 비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무리가 갖갖 빛깔 점점을 그리며 한판 장을 펼쳤다. 오리 사이로 부리질을 하던 노랑부리저어새가한숨 고르며 깃털을 다듬고, 한가로이 쉰다.고개를 주뼛 세운 흑두루미를 초병 삼아 쉬고분주히 부리를 저어저어 부리질을 하며 오간다. 군데군데 겨울을 거부하듯 갈대가 푸르고검붉게 물든 칠면초는 가을이 한창인 듯하다.붉은 칠면초 밭에서 긴 부리가 휜 마도요가 내려앉았다 날아올랐다, 긴장감을 일으킨다. 몸을 웅크리고 쉬는 노랑부리저어새가 마냥 평화롭고억새가, 갈대가,.. 더보기
가을빛 발길마다 가을빛이 들었다. 2018년 10월 25일 백양사 가는 길에 2018년 10월 24일 순천만 갈대밭 2018년 10월 24일 붉게 물든 순천만 칠면초 산들에도 들고, 바다에도 들었다. 2018년 10월 25일 백양사 가는 길에 2018년 10월 24일 순천만 갈대 2018년 10월 24일 순천만 갈대와 칠면초 빛을 타고 드는 가을빛이 시리다.빛 뒤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섭다. 2018년 10월 9일 연천군 중면에서 2018년 10월 23일 노랑부리저어새 2018년 10월 23일 흑두루미 시월 초 겨울손님 기러기가 들었다.노랑부리저어새, 흑두루미도 들었다.입동 며칠 앞이다.겨울이 온다. 더보기
절절 끓는 땡볕 마당 이글대는 땡볕에 땅 하늘이 절절 끓는다.날씨 예보를 보아도 누그러들 낌새가 없다.비가 오지 않아도, 땅이 지글거려도자연 목숨은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마당이 갖가지 풀을 심어 기른 듯 풀밭이 되었다. 어쩌다 봄에만 꽃이 피던 민들레가 피고울타리를 타고 오른 능소화가 붉게 피고 진다.맛난 옥수수를 선물한 옥수숫대는 누렇게 시들고가뭄을 견디는 고추가 불에 덴 듯 빨갛게 익는다.백도라지는 꽃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옆으로 눕고보랏빛 도라지꽃이 피고지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마당 구석구석에 달개비 나팔꽃 애기똥풀 까마중이 괭이밥 쇠비름 방풍나물 비비추가 털별꽃아재비 이질풀이제각각 제 모습을 갖추고 싱그럽게 꽃이 피었다. 한 달 전쯤 심은 열무는 겨우겨우 자라고강아지풀은 이삭이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 더보기
아이들과 손모내기 지난달 26일,〈임진여울영농조합〉이 연천군, 의정부 아이 부모와 함께 손모내기를 했다. 임진여울영농조합은 연천과 의정부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댄다.그 가운데 쌀은 가장 중심인 먹을거리다.기르는 일을 함께 하고 먹자는 뜻으로 손모내기를 했다.이왕이면 요즘식이 아닌 이어져 오다 끊긴 옛 식으로 했다.모를 낼 논은 논두렁이 반듯반듯 정리되지 않았다.가파르지는 않지만 층층이고 논배미마다 둠벙이 있다. 손모내기에 쓰일 못줄과 모가 논 앞에 있다. 잠깐 모를 어떻게 낼지를 듣고, 한 움큼씩 모를 받아 논으로 들어간다. 못줄에 맞춰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넷 다섯, ′못줄 뒤로!′가 이어진다. 농악이 힘을 싣고, 아이들이 철퍼덕철퍼덕, 어우러진다. 다 심었다. 쿵다락 쿵닥 쿵다락쿵다락 모두모두 흥겹다. 점심을.. 더보기
창경궁 나들이 지난 주말에 궁궐을 걸었다.길을 나설 때는 창덕궁 후원을 걷고 싶었다.예약이 꽉 차는 바람에 바로 옆 창경궁을 걸었다. 정말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구석구석 눈길이 갔다.전각과 나무가 어울리는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이다.많은 이에게는 창경궁보다는 창경원이 더 익숙한 이름일 수 있다.순종이 즉위하면서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겼다.일제는 순종을 위한답시고 창경궁 전각을 헐어내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세운다. 덧붙여서 이름을 창경원으로 바꾸어 궁궐을 놀이공원으로 격하시켰다.1980년대 초까지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궁궐이 아닌 서울 대표 유원지였다. 많은 이가 기억하는 창경원 밤 벚꽃놀이가 이때 일이다. 창경궁은 임진왜란 때 만이 아니라 잦은 불로 다시 짓기를 반복했다.숙종은 사랑하던 장희빈을 창경궁에서 처형했고.. 더보기
뜻하지 않은 소중한 만남 지난해 말부터 빙애여울을 자주 드나들었다. 이전까지 만해도 두루미 재두루미를 만나러 드나들었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민통선 안에 있는 연강갤러리에 그림 전시를 준비했다. 연강갤러리를 가려면 검문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빙애여울을 지나야 한다. 민통선 안에는 하나 뿐이 없는 전시장이라고 한다. 누가 멀고 험한 길을 와서 전시를 볼까 싶기도 했지만 딱딱하고 추운 곳이 누그러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50점 남짓 걸었다. 자연생명을 보러간다고 해서 어쩌다 만날 뿐 빈 걸음 하기 일쑤다. 오히려 전시 준비 때문에 드나들면서 귀한 만남을 가졌다. 하늘에서 보던 독수리와 흰꼬리수리가 몇 마리씩 여울에 앉아 있었다. 일부러 먹이를 주는 곳에서는 볼 수 있지만 빙애여울에서는 처음이다. 이번 겨울은 일찍 추위가 왔다. 댐이 생.. 더보기
아쉬운 여행 지난주에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원 하면 두루미를 비롯한 독수리 같은 겨울철새가 떠오른다. 너른 벌판에 펼쳐진 갖가지 겨울철새를 보고 싶었다. 약속시간보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학교와 15분쯤 떨어진 철새도래지 동송읍 이길리를 먼저 가볼 참이다. 이길리를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자동차가 휑휑 달리는 큰길가에 재두루미 한 가족 세 마리가 있었다. 수컷으로 짐작한 한 마리는 논둑에 서서 둘레를 살폈다. 어미로 짐작한 한 마리와 어린 재두루미는 쉬지 않고 낟알을 먹었다. 참 날도 좋고 화평하다. 뚜루루 뚜루루 뚜루루루 멀리서 두루미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어 살폈다. 붕 빠앙 쿵 쿵 쌩 달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 공사하며 나는 소리. 두루미는 .. 더보기
겨울 오다 아침에 잠깐 눈이 펄펄 내렸다. 쇠별꽃 꽃봉오리, 옥향, 쥐똥나무에도 내렸다. 지난 주말에 영하 13도까지 내려가 춥더니 살고 있는 마을은 지금껏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린다. 2017년 10월 28일 한강하구 날씨만 겨울이 아니다. 겨울손님도 다 온 듯하다. 10월 초부터 기러기 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보였다. 요즘은 한강 하구 갯벌을 까맣게 뒤덮고 있는 기러기 떼를 쉽게 본다. 보름 전까지도 떠날 채비를 하는 백로 무리를 임진강에서 보았다. 남쪽으로 떠났을까?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빈자리를 채우듯 겨울손님 대백로가 왔다. 며칠 전부터 집 앞 논에서 깃털을 다듬고 간다. 순천만 갈대밭이 누렇게 바뀌었다. 갈대밭 사이사이,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쉬는 겨울손님이 가득하다. 바닷물에서 먹이를 잡는 겨울손.. 더보기
가을 마당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 한다. 그래서 일까? 마당에 민들레가 피었다. 서양민들레야 볕바른 곳에서는 11월까지도 피지만 민들레는 흔치 않다. 지난 2013년 추석 즈음에도 민들레가 피어서 놀랐다. 10월 초부터 겨울손님 기러기 소리가 들리고 간간히 먼 하늘에 보인다. 산수유, 화살나무 열매가 붉게 익어 겨울 맞을 채비를 하는데도 마당에는 봄같이 민들레 괭이밥 꽃이 노랗게 피었다. 민들레 괭이밥만이 아니다. 붉은 명자나무 꽃이 피고, 좀씀바귀 꽃이 노란빛을 낸다. 작디작은 주름잎, 쇠별꽃, 털별꽃아재비 꽃이 마당 곳곳에 소복소복 피었다. 마당 여기저기에 배가 부른 사마귀, 좀사마귀가 알 낳을 자리를 찾는다. 먹이 사냥을 하려고 배추 이파리를 서성이는 사마귀도 많다. 앞마당 텃밭에는 김장을 담글 무, 배추, 갓.. 더보기
여름이 남기는 것 여름이면 많은 이가 계곡을, 바다를 찾는다. 자동차가 북적이고 사람이 우글거려도 간다. 계곡 돌멩이에 아주 작은 강도래 애벌레가 붙어 있다. 아니, 애벌레가 아니다. 강도래 애벌레는 물속에서 산다. 짝짓기 할 때가 되면 물 밖으로 나와 날개돋이를 한다. 이미 등을 가르고 날개돋이 한 강도래 허물이다. 여름에 어디를 가나 보이지 않는 매미 소리가 들린다.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맴 맴 맴 맴 매애 맴 맴 매애애 땅속 생활을 마치고 땅 밖으로 나와 날개돋이 한 매미가 이른 아침부터 짝을 찾느라 울부짖는다. 사람도 어디에든 어김없는 흔적을 남긴다. 아름다운 숲이 보고, 출렁이는 맑은 물이 보고 있다. 호미곶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