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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진으로 담고

여름 죽살이

 

매해 집 둘레에 쌍살벌이 서너 개씩 집을 짓는다.

처마 밑에 가장 많이 짓는다.

비를 피할 수 있고, 적으로부터 안전하기도 한 모양이다.

 

 

 

 

올해는 왕바다리 집이 두 개가 보였다.

한 마리 왕바다리 암벌은 예전 같이 처마 밑에 집을 지었다.

높이 있는 벌집을 보려면 사다리를 놓아야 했다.

식구를 늘리면서 살다가 8월 말쯤 집을 비웠다.

 

 

 

 

 

 

또 다른 암벌은 사람 키 높이도 안 되는 집 벽 가운데쯤에 집을 지었다.

벌집을 보기는 참 편하고 좋았다.

방도 잘 늘리고 방에서는 애벌레가 잘 자랐다.

6월 19일, 벌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둘러봐도 부스러기 한 점 없다.

새가 습격한 것 같다.

새는 좋은 먹을거리를 얻었지만 쌍살벌은 후손을 퍼트리지 못했다.

2008년에는 벌집 지름이 20cm나 되게 크게 번창했었는데, 좀 아쉽다.

 

 

 

 

 

 

 

뒤뜰에 빨간 고무대야를 평상에 기대 놓았다.

큰뱀허물쌍살벌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집 지을 만한 곳으로 판단했을까?

혹시라도 바람에 구르지 않게 좌우로 돌과 나무토막을 괴었다.

비가 오면 대야 아래쪽에 물이 고였다.

고인 물에서 장구벌레(모기 애벌레)가 자라고, 왕바다리가 물을 마시러 왔다.

비바람에 대야가 흔들리고 집이 흔들렸을까!

일찌감치 8월 중순 못미처 집을 떠났다.

 

 

 

 

감쪽같이 사라진 왕바다리 벌집을 들여다보려고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그 플라스틱 의자 팔걸이 밑에 큰뱀허물쌍살벌 집이 생겼다.

빠르게 방이 늘어나고 식구가 늘었다.

9월 초까지도 얼굴이 희멀건 수벌들이 우글거리고 암벌은 어쩌다 보였다.

9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벌은 집을 비웠다.

 

 

 

언제나 그랬듯이 벌집 아래로 죽은 수벌이 널렸다.

짝짓기 한 암벌은 겨울잠 자리를 찾을게다.

 

 

 

 

 

 

 

뒤뜰 여기저기에 날개돋이 한 매미 허물이 매달려 있다.

땅속에서 알지 못할 세월을 보내고 짝짓기 하러 땅 밖으로 나왔다.

날기도 전에 매미보다 작디작은 개미에게 잡혔다.

이틀 동안 보았다. 천천히 가라앉는다.

 

어떤 이는 땅속에서 몇 년을 살다가

땅 밖에서는 며칠을 살지 못하는 매미를 안타까워한다.

며칠은커녕 땅 밖으로 나오자마자 죽는 매미를 보면 어떨까?

자연을 사람 눈, 사람 마음으로만 보면 힘들다.

사람이 자연 일부가 되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요즘 잠자리 짝짓기가 한창이다.

어미는 죽지만, 오는 봄날 잠자리는 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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